내 혀를 가지고 내 뺨 안에서 / 주선화 (2018년 경남문학 우수 작품상)
내 혀를 가지고 내 뺨 안에서*
주선화
입안에 생물 하나가 살아요
말을 씹다가, 말을 뱉다가, 말을 삼키다가,
쓸쓸하고 씁쓰레한 우울은 반 박자 먼저 찾아와요
뺨에서 혀로 건너가는 일은 가깝고도 멀어
사라지다가 다시 살아나기도 하죠
뺨에 손길이 머물러요
입 안 가득 번지는 푸르스름한 물빛
너의 우울 속으로 잠기는 나의 불안이
흘러넘쳐요
이 춥고 긴 슬픔
오래 잠겨 잊혀 질 때까지
내 혀를 가지고 내 뺨 안에서 고요할 게요
*마르셀 뒤샹의 작품 제목
*경남문학 가을호 2018년 (124번)
수상 소감
너는 비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우산을 쓴다
너는 태양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햇빛을 피한다
너는 바람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창문을 닫는다
그래서 나는 네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두렵다
- 밥 말리
시를 쓰고 또 시를 쓸 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지만
그리고 그 무엇보다 시를 사랑하지만
이렇게 큰 상을 받을 때 나는 두렵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까?
누군가 내게 거는 기대보다 내가 나에게 거는 기대가 더 무겁습니다.
그래도 이제껏 그래왔듯이 한 발 한 발 정직하게 걸어가겠습니다
내가 보고 듣고 알아낸 것들에게 눈 돌리지 않겠습니다
더욱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