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사흘 동안 / 박재연
주선화
2018. 12. 31. 11:10
사흘 동안
박재연
산 아래 개집의 등 뒤로 진달래가 내려온다
분홍의 암내가 내려온다
긁으면 긁을수록 피가 나는 가려움이 몰려온다
사흘 동안
분홍을 덮치며
밤을 짖던 개
쇠줄을 끊고 나가 두 사흘 만에 돌아왔다
왼눈이 찢어지고
피투성이 패잔으로
절룩절룩 돌아와
뒤란 장작더미에 몸을 헐떡인다
패배가 부끄러운가?
가출이 미안한가?
손을 주니 최선의 혀를 내밀어 손등을 핥는다
간신히 제 집으로 들어가
통증을 품고 엎드린다
눈을 꼭 감고
분홍을 잊는다
불구와 실명(失明)의 봄이 다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