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프릴 원피스 / 하두자
주선화
2019. 1. 14. 13:45
프릴 원피스
하두자
발설하지 못한 몸의 말들이 터질 듯 입을 다물자 허리가 사라지고
있었어 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변명도 끝나고 고백도 절대
없이 어디엔가 들어앉을 궁리만 하는 물컹한 살들, 숨을 곳이 없는
어두운 통로에서 목적을 잃어버렸어
봉제선이 뜯어진 허리가 진실을 벗기네 몸은 선하지 공평하지도 않아
몸은 왜 늘 몸부림일까 들끓는 바람일까 맨발로 거닐어도 저 무거워지는
방식에서 벗어 날 수가 없는 늪이야 거울에 비춰지는 저 실체를 들어내고
발라내고 싶어
뼈를 추려서 밖으로 내보내야 하나 옷가지들을 펼쳐놓고 팔과 다리가
멋대로 통과하는 꿈을 꾸기도 하지 자투리를 덧대 바느질을 하며 먹구름처럼
피어나는 권태와 불어 터진 솔기에 미묘하게 어긋나는 가슴까지 물고 있어
감추는 건 쉽고 감추는 걸 들키는 건 더더욱 쉬워서 초대받지 않은 시간에만
당도하고 싶어 하지만 불어나는 애증과 날마다 헐거워지는 입속의 말들은
서로 반비례하고 있어서
오늘
나는 저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을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