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절반의 목요일 / 김미연

주선화 2019. 8. 20. 10:59

절반의 목요일

- 김미연



초침도 멈춘 거실

가구들이 구부려앉아 졸고 있다

슬며시 소파에 스민 봄볕이

몽롱한 오후의 발등으로 내려앉는다


수요일이 사라진 자리

내 것이 아닌 절반의 목요일이 앉아있다

반복되는 무료함에

시간의 발이 멈춰 서 있다


침묵은 이곳에서 몸을 늘인다

베란다에서 소리 없이 꽃을 피운 것들은

어느 시간의 파도를 넘어왔을까

기다림이 저 꽃대에 앉아 있다


나의 기다림도 오래 묵었다


손에 쥘 수 없는 것들은 그렇게 나를 빠져나가고

오늘은 내일을 향해 지워지고 있다


목요일의 몸통이 흐릿해진다


이 고요는 몇 겹일까

바깥의 소음도 고요의 근처에서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