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이상한 여자 / 김인육

주선화 2019. 8. 26. 09:16

이상한 여자

- 김인육



이상한 여자가 죽었다

이 세상 나를 가장 사랑했던 여자

저보다 나를 더 사랑했던 여자

이해할 수 없는 여자

그 여자, 이 별을 떠났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 여자를 조금은 사랑했었다

내 마음 바쳐 사랑한 여자는

젊은 딴 여자였지만

그런 나를 아껴 사랑했던 여자

이상한 여자


그 여자, 이 별을 떠나며

비밀히 품었던 서간 하나 있었지

70년 넘게 장롱 깊숙이 간직했던 혼서지

그 여자, 그게 있어야 먼저 떠난 사내

저 아득한 밤하늘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제 관속에 꼭 넣어 달라 신신당부했던

이상한 여자


그 여자

그 사내보다 날 더 사랑한다고

날마다 내게 고백하곤 했었지

이제 그 예장지 가슴에 품고

활활 관 속에서 불타며

그 사내에게로 떠나며

끝까지 나를 울던 여자

이상한 여자


그 여자

저 아득한 별나라 그 사내 다시 만나

기어이 나를 다시 잉태하려는 여자

나를 죽도록 사랑했던 여자

죽어서도 나를 사랑하는 여자


독종의 여자, 불멸의 여자

두고두고 내 심장 아리는

눈물의 여자

참 이상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