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화 2019. 9. 9. 13:32

두부

- 김륭



밤의 입술로 흘러들지 못한

몇 가닥 전선 위에 잠과 애인을

올려두었다


참새처럼 짹짹거리며 울진 알았지만

참 나쁜 이야기 같은 것이다 잠과 애인은

오지 않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오늘은 또 어떤 나무의 이불 속에

꽃술을 놓고 있단 말인가 나는 머리를

베개처럼 집어들질 수 밖에,


아무리 나쁜 이야기 속이라도

죽지 않았으면 했다 자꾸 무덤이 되려는

살에 못을 박는다


달은 그런 나를 눈감아 주겠다는 듯

게슴츠레 먼 산만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꽤 배가 고팠던 것 같았다


몇 가닥의 전선 위에 올려놓았던

잠과 애인이 두부로 변했다 흰 두부가 있다면

검은 두부도 있을 것이다


이런 날에는 밤이 두부로 배를 채워도

그리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밤이 달에게 그랬듯이 나도 당신을

오랫동안 생각할 것이라고


피를 따뜻하게 데운 나는

흰두부가 검은 두부가 될 때까지

못을 다시 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