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시인동네 신인 문학상/ 이유선

주선화 2019. 9. 17. 08:24

도서관에서 보낸 일요일

- 이유선


자유열람실에서 영원과 하루를 보냈다

알렉산더는 단어를 찾는 시인이었다

알렉산더가 자신의 검은 개를 가정부, 오우라니아에서 맡기려 할 때

복면을 쓴 남자가 내 앞으로 성큼 걸어왔다

그는 손을 나비처럼 내게 펼쳐 보인 뒤

재빨리 다시 접어 호주머니에 넣고 사라졌다

개를 데려왔소, 오우라니아, 어디에도 개를 둘 곳이 없었소

난 개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가 없소, 미안해요

알렉산더는 오우라니아에게 부탁했다


나는 사서에게 복면을 쓴 남자를 보았다고 얘기했다

그의 두 손 사이에서 수상한 반짝임을 보았다고 나는 생각했다

사서는 피곤한 눈빛으로 이미 여러 번 다녀간 사람이라고

간단히 대답한 뒤 책들을 마저 쌓아올렸다

나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한여름 긴 햇살아래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몰래 찍힌 사진들은 어떤 단어가 되어 영원한 춤을 추게 되는걸까

알렉산더는 늦은 밤 어느 버스에서 악단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수첩을 펼친 뒤 나는 알렉산더에게 편지를 썼다


알렉산더에게

오늘은 바람이 불었고, 배는 멈추어 섰습니다

은총 없이 오늘의 일요일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의미 없이 저는 모래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꿈결처럼 당신의 검은 개가 제게 달려들었습니다

어쩐지 제 갈비뼈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바닷가 끝에 닿을 때까지 개는 끝내 저를 놓아주지 않더구요

검은 개는 곧 나의 뼈가 되었습니다

모래 더미 속에서 잃어버린 나비 브로치를 찾을 때마다 검은 개는 제 안에서 덜그덕거립니다

알렉산더, 당신은 곧 나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잠들테지요

당신의 검은 개는 불행히도 잘 있습니다

당신의 오우라니아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