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시로 여는 세상 신인상/ 정원선, 최지온

주선화 2019. 9. 20. 15:36

변방으로의 회귀

- 정원선



근방에 병이 생기면 변방이 그리워질 거야

새처럼 걸어 다녀도

날개는 허공의 중심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애가 탈거야


변방은 아름다운 병자들을 위한 구원의 땅

그곳에 종교는 없어

모두가 뿌리 깊은 성자가 되어가는 거지


변방은 인생의 구름으로 둘러싸여 있어

꽃이 지고 잎만 살아남은 나무가 생각날 거야

잎은 얼마나 외로울까

살다 보면 미래에도 변방이 생겨나겠지


변방이라는 오래된 성곽에서

많은 사람이 선글라스를 쓰고 사진을 찍어

눈을 가린다고 눈동자까지 세력이 약해지지는 않아

선글라스는 표정의 중심에 있고 싶어 하지


성격이 다른 표정을 

무늬라고 부를 날도 머지않았어 


변방에서 병자들이 땅에 우물을 파고 있어

건강한 달을 키울 수 있는

작은 우물을 파고 있어


침묵의 버스를 타고

불치병을 치료하러 떠나는 길


차창 너머로

성에꽃처럼 변방이 피어나고 있어





파리 그리고 나

- 최지온



한 마리를 잡으면 동전을 쥐어주던

아버지의 표정은 늘 파리 같았죠

집으로 몰려온 사람들에게 멱살을 잡혀

공중비행을 하다 떨어지면

아버지는 순한 파리가 되었어요

종종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죠

나는 문 앞의 의자처럼 막막했어요


작은 것들은 늘 바닥과 가까운 곳에 있어요


속이 훤한 날개에도

울음을 감출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시간이 텅 비어버린 아이처럼

찢어진 날개에 숨어 집안을 빙빙 돌았죠

뭐든 물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날들,

아버지를 물며 자란 주둥이,

속살을 뜯는 기분을 멈출수는 없잖아요


떨어진 사람은 바닥의 깊이를 조금 더 알아요


자잘한 손금처럼 흩어진 아버지

문에 부딪힌 자세로 살다 문 앞에서 쓰러졌어요

그 옆에서 나는 같은 표정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더 이상 서로를 나무라지 않게 되었죠


닫힌 문처럼 우리는 뜨거워진 걸까요


바닥은 누워서 바닥 아닌 것들을 의심하고

운신할 수 없는 사람은 체온으로 서로를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