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 / 배영옥

주선화 2020. 5. 5. 13:43

나는 새들의 나라에 입국했다

ㅡ배영옥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시가 향 무성한 공동묘지에서

카스트로의 동상에서

이국의 아이들 목소리에서

끊임없이 새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나는 아무래도 천사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

하늘에서 쫓겨난 천사들의 아름다운 목소리

음가를 동반한 그 노래만으로도

나의 아침은 행복하고 나의 나날은 분주하리니

나는야 새들의 나라에 무임 승차한 사람

새들의 노래가 간절한 사람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족속임이 틀림없다

혁명 광장을 지키는 독수리 떼의 지친 울음소리가

이토록 내 어깨를 누르는 것을 보면

이토록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을 보면

나는 아무래도 새들의 나라에 입국한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