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주남지의 새들 / 배한봉

주선화 2020. 5. 25. 10:09

주남지의 새들

ㅡ 배한봉

 

 

해 지는 하늘에서 주남저수지로

새들이 빨려들어오고 있다, 벌겋다, 한꺼번에 뚝뚝,

선지빛으로 떨어지는 하늘의 살점 같다

 

한바탕 소란스러운 저 장관

창원공단 퇴근길 같다

 

삶이 박아놓은 가슴팍 돌을 텀벙텀벙 단체로

시원하게 물속에 쏟아내는 몸짓 같다,

온몸으로 그렇게

삶을 꽉 묶어놓은 투명한 끈을 풀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장들,

그 질펀한 힘이 선혈 낭자한 시간을 주남저수지

물바닥에까지 시뻘겋게 발라놓았겠다

 

장엄하다, 이 절정의 파장

삶의 컴컴한 구덩이조차도 생명의 공명통으로 만들 줄 아는

저 순하고 아름다운 목숨들,

달리 비유할 것 없이 만다라의 꽃이다

 

저 꽃 만져보려고

이제는 아예 하늘이 첨벙 물속에 뛰어드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