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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 / 이향

주선화 2020. 6. 15. 21:53
엔딩 크레딧
ㅡ 이향


혼자 걸었다 혼자 밥을 먹었다 혼자 말을 건넸다

살아남기 위해 자주 혼자가 되었다

유리문 안으로

유리문 밖으로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무리들

뭔가를 확인하기 위해 저들은 뭉쳐야 하는 걸까

때로는 저 안을 기웃거릴 때가 있다

낮아진 지붕은 보이지 않는 창을 가졌다

가파른 곳에서야 겨우 밤과 눈이 마주쳤다

흰 눈동자가 핏발을 터뜨리며 누구도 관심 없는 말들을 견디고 있다

나의 정체가 드러날 때까지 걸었다

영화 속으로 올라가는 자막들처럼

나를 알아차리기도 전

어느새 또 혼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