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나무 의자 / 권상진

주선화 2020. 8. 5. 14:05
나무 의자
ㅡ 권상진


관절에 못이 박힐수록 의자는
점점 바른 자세가 된다

생각이 무거우면
부처도 자세를 고쳐 앉는데

의자라고
다리 한번 꼬고 싶은 순간이 없었겠는가

못은 헐거워진 생각을 관통하고
너머의 삶을 다시 붙잡는다

돌아눕고 싶은 밤이 있었고
돌아서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나이가 온몸에 박혀올 때마다
나는 자세를 고치며 다시 살아볼 궁리를 한다

하늘도 긴 날을 삐걱거렸는지
밤이면 못대가리들로 촘촘하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