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눈풀꽃 ㅡ 루이스 글릭(2020년 노벨문학상 작품)

주선화 2020. 10. 15. 11:48

눈풀꽃

ㅡ 루이스 글릭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 류시화 옮김

*눈풀꽃 ㅡ 가장 이른 봄 땅속 구근에서 피어 올라오는 작고 흰 꽃.

설강화 ㅡ 눈 내린 땅에서 꽃을 피우는 특성 때문에 붙은 이름 (눈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