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들풀 / 홍사성

주선화 2020. 12. 16. 13:54
들풀
ㅡ 홍사성


하늘 아래
가장 초라한 몸집을 가진
가장 낮은 삶을 사는
가장 질긴 목숨이다, 너는
티베트고원 그 메마른 땅에서도 돋아나고
불탄 낙산사 뒤 숲
그 숯검댕이 속에서도 얼굴을 내민다, 너는
언제나 그랬다, 마치
양귀비꽃 앞에서도 고개도 못 들고
키 크고 잘난 놈만 보면 부끄러워하는
이름도 잘 모르는 무엇이지만
언제나 선지피 같은 사랑 가슴에 품은
밟혀도 꺾어도 죽지 않는 목숨이다, 너는
이 세상 끝장날지라도
누구보다 먼저 되살아나
때맞춰 작은 꽃까지 피워내는
놀라움이다, 너는
눈물이다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