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환승 / 김솜
주선화
2021. 1. 23. 13:43
환승
ㅡ 김솜
엄마도 갈아탈 수 있나요?
나는 풍선처럼 터질게요
버려진 인형처럼 망가질게요
구름이 뱉어낸 아기*랍니다
자꾸 거꾸로 걷거나 흔들리거나 매달려요
구름의 습성이 남아서 엄마가 자꾸 주물러줘요
어둠과 주림을 동무 삼아
통증과 공포를 배 터지도록 엄마 젖처럼 빨았어요
핫 초코도 아니고 초고초장 맛은 정말 불 맛이죠
붉고 푸른 멍 자국 위에 상처를 덧입고
똑똑 부러진 뼈를 쿡쿡 찌르고요
아프다는 말은 언제부터 할 수 있나요
한번에 빵 터지는 풍선이 부러워요
찢어져도 안 아픈 인형이고 싶어요
위중한 구십 노인 만큼 오래 아팠어요
엄마에서 엄마까지 너무 멀어서,
울음만 쏟던 입이 지워지자 엄마가 수북해졌어요
너무 늦거나 빠른게 불행이라면서요
늦었잖아요
살아보지 못한 나이는
엄마들의 기억속에서만 살래요
나는 몇 살까지 클 수 있을까요
*양무모 학대로 숨진 16개월 정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