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어떤 우산 / 백윤석

주선화 2021. 2. 23. 09:26

어떤 우산

 

ㅡ 백윤석

 

 

후드득 빗소리에 대합실이 다 젖는다

쉼없이 비를 털며 들락대는 사람들 속

척추 휜 우산 하나가

구겨진 채 나뒹군다

 

한때는 온몸으로 빗줄기를 막던 그도

살대가 부러지면서 하염없는 잠에 빠지고

노숙의 차디찬 빗소리

꿈결인 듯 듣고 있다

 

일순, 그 안에서 꽃대 하나 일어선다

성긴 꽃 잎눈이라도 손아귀에 움켜쥐고

비긋는 세상 밖으로

무릎걸음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