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꽃이 나의 계절을 찾아와 / 윤성택

주선화 2021. 3. 12. 11:06

꽃이 나의 계절을 찾아와

 

ㅡ 윤성택

 

 

꽃이 나의 계절을 찾아와

한 시절 피다 간 것을 사랑이었다고 말한다면

사랑은, 제 계절을 위해

하나의 꽃에 한 시절 열렬했다는 거겠지요

그러나 사랑은 이별을 기다려 본 적 없고

이별은 사랑을 기약할 줄 모르니

우리는 각자의 색으로 피어 들녘을 견딜뿐입니다

무시로 피었다 저무는 사람이

향기로 젖는 몇 날,

꽃은 가장 아름다웠던 때를

햇볕에 씻느라 색을 풀어놓았습니다

살면서 몇 번의 계절이 꽃을 앓을까 싶어

조심조심 밤을 걷습니다

시간이 깃들어

기꺼이 생기를 기록하는 시듦, 그 사이

누군가 한낮이 되었습니다

꽃이 나의 계절을 찾아와

한 시절 피다 간 것을 사랑이었다고 말한다면

꽃은, 열렬히

한 시절 햇볕을 내게 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