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불쑥 / 박소란
주선화
2021. 5. 14. 11:00
불쑥
ㅡ 박소란
불쑥, 이라는 말이 좋아
불쑥 오는 버스에 불쑥 올라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
그런 일이 좋아
나는 그에게 사랑을 고백할 텐데 불쑥 우리는 사랑할 텐데
고단을 가득 태운 버스가 우리를 창밖으로 내팽개친대도
그리고 모른 채 달려갈대도
우리는 칼칼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이봐, 이걸 보라구, 여기 불쑥이란 게 있다구
아하, 그렇군!
걱정 없을 텐데
이제부터 나는 불쑥이 될게, 실없는 농담을 해도 그는
고개를 끄덕일 텐데
어이 불쑥, 반색하며 불러줄 텐데
그러면 대답할 텐데 응, 하고
불쑥이 대신
불쑥은 내가 될 텐데
나는 불쑥 뒤에 숨어 숨바꼭질처럼 살 텐데
우리는 칼칼 웃을 텐데 별일 아니라는 듯
불쑥 있다 불쑥 갈 텐데 술래도 모르게 나는, 멀리 저 멀리
갈 수 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