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등고선을 중심으로 한 서정적 비유 5 / 유재영

주선화 2021. 5. 25. 09:45

등고선을 중심으로 한 서정적 비유 5

 

ㅡ 유재영

 

 

1.

 

구름, 바람, 허공까지 하늘 권속 다 모여

누르면 튕겨날 듯 파랗게 휘는 봄날

어제 핀 생강꽃 곁에 휘파람새로 앉고 싶다

 

2.

 

입안 가득 번져오는 새벽빛 맑은 고요

옹달샘, 한 모금에 산도 따라 젖는다

우전차(雨前茶) 고 뒷맛 같은, 절명 시 한 줄 같은

 

3.

 

햇빛 널어 말리는 너럭바위 한나절은

가래나무 그늘이 겹으로 내려와서

깊어진 물소리들이 풀빛으로 얼룩지네

 

4.

 

··· 사는 일이 그렇다면 죽는 일도 마찬가지

멧비둘기 푸득 날자, 급강하는 황조롱이

생과 멸, 짧은 순간이 자막처럼 흘러간다

 

5.

 

등고선이 오그라든 미간 좁은 골짜기

조생한 새끼 등을 고루고루 핥아주는

어미의 거친 숨소리 그런 밤도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