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만지면 없는 당신을 가졌어요 / 강빛나

주선화 2021. 7. 18. 15:46

만지면 없는 당신을 가졌어요

 

ㅡ 강빛나

 

 

검지가 긴 나는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어둠, 만지면 없는 당신을 가졌어요 기

대를 물고 어린 봄처럼 당신을 가볍게 통과할 중 알았나 봐요 어디에서나 나 전

달법이 좋은데 대답은 머나요 당신을 많이 가져서, 아무 것도 안 가져서

 

목청을 새긴 창문 너머로

약지를 흔들며 사라지는 당신

말의 속도를 늦추고 아만다마이드

 

가진 것이 없어서 배부른 하늘

몰라서 좋았던 바닥

어쩌면 검지에 낀 담배연기의 저녁

잎들은 퍼런 먼지를 털며 살 속으로 미끄러지는 것 같아요

 

불안한 다리를 흔드는 당신보다 푸성귀를 좋아하는 토끼를 따를까요

당신의 주기는 반반으로 어우러지는 궁수자리, 그 아래 원죄가 납작하게 자라고

있어요 바둑판은 고요할 때 숨을 참는지 뱉는지, 반듯한 슬픔은 당신 눈에 띄지

않게 무명지로 결의를 다지곤 해요

 

배고픔과 보고품을 품고 당신 어디쯤에 자리를 잡았어요 여물지 못한 생각은 방

량벽처럼 흩어져 켄타우로스를 따라가요 물에서 소주로 바뀌기까지 소량의 진통

제를 흡입해봐요 무엇이든 반으로 자르면 빈 곳이 많아서, 천적이 많은 토끼는 원

시처럼 고리타분해요

 

생각해 보니 아무 것도 아닌 풍선 하나

높이 띄워 목이 따라갈 때

전신을 덮은 수피가 뒤틀어져 당신,

내가 아파요 아프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