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절교 / 이인원

주선화 2021. 7. 31. 14:25

절교

 

ㅡ 이인원

 

 

보라가 노랑으로 변한 걸까

노랑을 보라로 봤던 걸까

 

한때

내 눈엔 오직 보라뿐

네 혈관에 흐르는 파랑과 빨강까진 알아채지 못했던 것

환한 웃음에 감춰진 질투를 깜깜 몰랐던 것

 

맞지도 않은 꽃말 따윈 믿지 않았어야 했다

짙은 향기에 숨이 막혔다

 

궁금해 한 적 없었지만

파종도 않고 물 한번 안 주었지만

꽃밭 한 구석에 핀

애기팬지꽃 한 송이

 

노랑은 보라만 알았거나

보라는 노랑을 몰랐거나

 

반은 보라, 반은 노랑

 

극과 극의 개성을 뛰어넘은

자칫 촌스러울 수도 있는 두 가지 색의 자연스런 조합

 

작은 꽃잎에 사이좋게 엉덩이를 들이민

같음과 다름

관심과 무관심

 

우린 서로 동색同色이라 착각하고 동석同席했던 걸까

질긴 엉덩이만큼 펑퍼짐해진 실망과 잦은 오해는

한 방석에 도저히 같이 앉아 있을 수 없게 됐고

 

불가근불가원.

 

애초

노랑은 노랑을 몰랐거나

보라는 보라만 알았거나

 

애기팬지꽃은 그냥 예쁘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