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귀의 가난 / 손택수

주선화 2021. 8. 9. 10:37

귀의 가난

 

ㅡ 손택수

 

 

소리 쪽으로 기우는 일이 잦다

감각이 흐릿해지니 마음이 골똘해져서

 

귓바퀴에 손을 대고, 나도 몰래

깔떼기 모양을 하는 노인을

따라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왜 목청이 높아지는가 했더니

어머니 음식 맛이 왜 짜지는가 했더니

뭔가 흐려지고 있는 거구나

 

애초에 소리였겠으나 내게로 오는 사이

소리가 되지 못한 것들

 

되묻지 않으려고

상대방의 표정과 눈빛에 집중을 한다

너무 일찍 온 귀의 가난으로

내가 조금은 자상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