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 / 신해욱
주선화
2021. 9. 22. 08:53
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
ㅡ 신해욱
열한 시의 방향이었다.
시계탑의 죽은 시계에 올라. 시의 방향으로 우리는 호연지기를 키웠다.
뷰가 죽여. 봐봐.
공기도 죽인다. 목욕탕의 죽은 굴뚝까지. 카바레의 지붕까지. 비닐하우스의 곡선까지. 안식원까지. 살풍경이야.
우리는 막다른 자세로. 가슴을 폈다.
죽은 열한 시의 방향으로. 우리는 삐딱했다. 삐딱하고 명량했다. 건방지고 아름다웠다.
회상에 젖은 것은 아니었는데. 아름다운 기분에 떠밀려 우리는 힘차게 추락할 것만 같았다.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청명이었다.
은밀하고 어리석은 삶의 냄새가 바람에 실려 코끝을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