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몸이여 거기 잘 계시는지 / 박미라

주선화 2021. 10. 18. 12:30

몸이여 거기 잘 계시는지

ㅡ석조불두*

 

ㅡ박미라

 

 

그때, 내 목을 댕겅 잘라 건넨 것도 아니면서

나는 왜 목덜미가 서늘했을까

여러 날 여러 밤을 불에 덴 짐승처럼 뜨거웠을까

 

죽을 것 같은데 죽어지지 않는 날들이 출렁출렁 흘러가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여기, 몸 없는 부처가 계시네

목 없는 전생은 어디에 머무시나

몸을 두고 떠났거나 목을 두고 떠났거나

 

생나무 가지 하나가 부러져도 우지끈 비명을 내뱉는데

목이 잘리고도, 몸을 던지고도,

그렇게 천년만년 기다려본들

감을 눈이 없어서, 쓰다듬을 몸이 없어서,

 

이별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이끼 덮인 그 목에 세상의 번호가 붙었지만

몸이 이르는 이름을 천만번 외친들

목 없는 몸께서 짐작이나 하려는지

 

몸이여, 거기 잘 계시는지

 

언제고 만나서 함께 죽어지자고

벙어리 울음으로 연명하며

 

나 여기 있습니다

 

 

*공주박물관 소장번호 99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