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색色을 가지다 / 이지호
주선화
2021. 10. 27. 14:42
색色을 가지다
ㅡ이지호
푸른 그늘 밑으로 오디가 쏟아진다
생리중이다
붉게 물든 오디물이 질기다
뽕나무 사이 숨어서 처음 오디를 따먹던
단맛보다 손맛으로 자꾸 따는 습관이
가슴으로 옮겨 오면서
며칠 동안 내 말에는 검붉은 물이 들어 지워지지 않았다
후드득 떨어지던 열다섯
처음으로 색을 가진다는 것
말은 빙빙 도는 걸 즐겨 기억을 따르지 못한다
어느 풀숲으로 쓰러져도
그 풀숲의 색이 되어야 하는
계절을 몸에 모신다는 것
수평선을 바라보는 의자처럼 바람 속에 오래 있었다
구름을 보고도 문득 색이 찾아노는 날을 세고
개인 날, 나머지 계절의 그늘이 말라간다
부끄럽지 않다는 듯
소리를 떨어내는 오디의 후일
낮은 달이 나무 사이를 지나는 때
유난히 반짝이는 눈동자가 잠시 한눈을 판다
지금즘 오디가 후드득 떨어질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