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 있는 시
줄넘기 / 최성애
주선화
2021. 12. 27. 09:46
줄넘기
ㅡ최성애
줄넘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고양이가 배를 드러내고 나의 한쪽을 베고 낮잠을 잘 때와 같은 거다
한쪽만으로도 나의 전부를 믿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오늘은 줄이 없는 줄넘기를 고른다
하찮은 일은 줄이 없어도 꼬이는 것 같다
손잡이에는 긴 줄 대신에 새로 나온 리듬을 단다
리듬은 춤을 추듯 계단을 뛰어 넘는다
줄넘기가 발전하니 나도 따라 발전한다
줄넘기를 하면 숨이 가쁘기도 하고 누가 자꾸 쫓아오는 것 같다
한 자리에서 나는 계속 도망친다
두 발이 공중에 뜰 때 나는 여기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