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터널 안의 키스 / 조창환

주선화 2021. 12. 29. 10:33

터널 안의 키스

 

ㅡ조창환

 

 

캄캄한 터널 안에 두 남녀가 서 있다

마스크를 끌어내리고 입을 맞춘다

 

하룻밤만 묵고 떠나실 손님처럼

마음 붙이지 못하고 서성거리는

희미한 빛이

멀다

 

붙잡아야 하는데, 저 빛 붙잡아야 하는데

하는 마음만 가득한 채

벌서고 있는 두 남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마스크를 내린다

 

터널 밝아지고 환한 세상 오면

어둠을 견디던 시간과

견디지 못하고 마스크 내린 시간이

물속에 잠긴 나무뿌리처럼 엉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