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물이 새는 집 / 최서진

주선화 2022. 1. 10. 10:17

물이 새는 집

 

ㅡ최서진

 

 

창문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지

수직으로 쏟아지는 결심처럼

 

창문을 닫아도 숨길 수 없는 가난

젖은 표정은 헤임친다

 

누수 탐지 전문가가 조치를 취한다

축축한 냄새에 머무는 오래된 마음처럼

우르르 우리는 젖었지

야위면서 젖었지

 

옷장 밑으로 침대 밑으로 물이 들이치는

이상한 방

 

쫓기는 꿈을 꾸고 일어난 일은

길을 벗어난 물길이 방으로 흘러들었지

물을 퍼내도 계속 들이치는 가난

 

달빛으로 죽은 아버지가 흘러드는 밤

밤하늘은 어두운 소문 같아

 

아버지, 방에 물웅덩이가 생겼어요

움츠러드는 심장을 달고

슬픔을 오래 생각하면 물이 고인다

 

손끝에선 따뜻한 별이 가볍게 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