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리플리 증후군 / 김화순

주선화 2022. 1. 30. 09:44

리플리 증후군

 

ㅡ김화순

 

 

이건 불안에 대한 방어야

내 삶의 조건이야

식별할 수 없는 보호색이야

내 기대와 애정과 탈출구야 눈속임이야

가면을 벗겨 줘 숨이 차

나로 산 지 너무 오래됐어

당신이 아는, 여러분이 아는, 시인인 내가 나야?

죄책감은 없어

거짓말이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거야

이건 욕망의 조건이야

미래에 대한 작은 위로야

거울 속 흐릿한 실루엣 너머의 나

작은 샘물을 보며 출렁이는 나

나는 거짓과 함께 진화하지

내가 쌓일수록 나는 또렷해지고 목소리는 커지지

주위를 둘러봐 모두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어

그래도 내 코는 절대 길어지지 않아

이건 그냥 증상이야 증후야

슬픔의 분화구야

상처 입은 나에게로 우회하는 통로야

시시각각 달라지는 말들의 무덤이야

구름으로 떠돌다 비가 될,

이건 그저 삶의 조건이야 방어야 탈출구야 위로야

샘물이야

나에 대한 빨간 애정이야 성취로 남을 

음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