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엉덩이 눈동자 / 손창기

주선화 2022. 2. 18. 09:16

엉덩이 눈동자

 

ㅡ손창기

 

 

변화는 지평선 너머에서 온다

소 엉덩이에 눈알을 그려 넣는 족속들,

그림들이 네 감각을 갉아먹을 거라 말한다

 

사냥감과 눈 마주치면 사냥을 포기한다고

천만에, 바람보다 먼저 색깔을 보시게

내 시선을 후리지는 못해

가끔 얼룩말 무늬들이 뭉치면 크게 보이지만

사냥감은 눈에 비치는 것과 같지

 

달빛이 지평선의 파랑을 부술 때도 있지만

내 구역에선 둔중하게 번득이고 있지

사냥하는 순간만큼은 

하늘의 빛이 나를 비추지 못하고

수풀에선 그림자까지 지울 수 있어

 

엉덩이의 탄력을 혀에 새긴

내 허기와 소의 공포가 맞닥뜨리는 순간,

인공적인 의태(擬態)는 흩어지고 말거야

 

이빨을 예리하게 갈수록

물어뜯긴 엉덩이가 더 깔끔한 법

뒤돌아보지 않고 내달리는 뒤태가

눈빛보다 더 매혹적인 줄도 모른 채

엉덩이에다 눈동자를 그려 넣은 우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