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따뜻한 사전 / 이향란 감상 / 박미산
주선화
2022. 2. 28. 10:25
따뜻한 사전
ㅡ이향란
그대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것처럼
친구와 다정히 어깨동무하고 걷는 것처럼
낯선 이에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낳는 것처럼
허공의 나비를 고운 눈길로 이끄는 것처럼
큰 키의 나무를 선선히 올려다보는 것처럼
하늘에 떠있는 것들이 노래 부르는 것처럼
오지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것처럼
불을 지피듯 반짝거리는
낱말, 낱말들의 따뜻한 집
감상
ㅡ박미산(시인)
깊은 산속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아 줄줄 흐르는 개울물처럼
이제 막 눈을 뜨는 버들개지처럼
기지개를 켜고 꽃망울 터트릴 준비 하고 있는 목련처럼
죽은 듯 서 있는 나무속에 숨어 연둣빛 이파리를 언제 내밀까 두근거리는 잎새처럼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던 까치가 먹이를 발견한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고
친구들과 마음껏 웃고 떠들면서 어깨동무하고
아침 일찍 돌이끼 가득한 성터를 오르내리면서
낯선 사람들에게 봄 햇살 같은 따스한 말을 건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코로나19의 고통을 이겨내면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처럼
우리는 오순도순 마주 앉아 지난 이야기를 따뜻하게 나눌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곧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