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반송시장 간다 / 김일태

주선화 2022. 3. 8. 10:37

반송시장 간다

 

ㅡ김일태

 

 

세상에 흥정하는 맛이 없을 때

맛 사러 반송시장 간다

마수걸이 우수리 떨이 사러 반송시장 간다

첫물이니 직배니 유기농이니 자연산이니

온갖 구실로 흥정하게 하다가

서로 수지타산 맞게 거래하는

민주적인 전통시장에 민주를 배우러 간다

한 줌 더 얹어주는 콩나물 가게에서

부처님 가르침 한 봉지 사고

어묵 떡볶이 가게에서 구약 잠언 한 구절 사고

이문 없이 판다는 과일가게에서 논어 한 구절 사고

좌판 없는 푸성귀 노점에서

채근담 한 구절 사고

뚱땡이 김밥과 반칼* 한 그릇으로 안빈낙도 사고

어깨 비비며 먹어야 제맛 알게 돠는

생선회와 족발 한 접시로

태평성세를 누리게 하는

나는 오늘도 시(詩) 한 상 차리기 위해

과소비를 부추기는

만물 반송시장 간다

 

 

*창원 반송시장 칼국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