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제 8회 시예술아카데미상 수상작
주선화
2022. 3. 31. 10:02
투명을 바라보는 방식
ㅡ신새벽
날아오르는 비눗방울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동그란 언어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기포들
이명을 앓는 당신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면서
하늘을 등에 업은 유리창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방울을 날린다
찰나와 윤곽을 유지하는 시간 앞에서
당신은 뛸 듯이 기뻐하고
난 허망을 품는 허공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떠 있는 호흡들, 문득 우리 사이는 온전하지 않다는 생각
환한 오후를 떠다니는 당신과 나
아슬아슬, 위태롭게 서로를 밀고 당긴다
투명한 벽엔 늘 금들이 그어진다
지름을 재보기도 전 원圓들이 떠돌다 사라지고
아무도 만질 수 없는 뼈 자국들이 즐비하다
굳이 지우지 않아도 되는 흔적들
비눗방울 좀 그만 날리라는 질책이
입속에서만 맴돈다
멀미가 너울처럼 넘나드는 유리 공간에
난 중력을 끌어안은 거품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