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홍역 / 최동문

주선화 2022. 4. 1. 10:10

홍역

 

ㅡ최동문

 

 

제비가 낮은 마루를 구경하고는

날개를 파닥이다 다시 오지 않았다.

 

작은 유리창에 돌담이 와서 손을 흔들었다.

신열은 벚꽃처럼 흩어졌다.

 

불 난 앞산은 신기루였다.

뱀은 골방에 들어와 허물을 벗었다.

 

파꽃은 봄바람에 몰려다니고

꿀벌은 기류를 타며 꿀을 담았다.

 

쓴 입술에

신 오렌지 한 조각.

 

연양갱엔 검은 곰팡이.

불덩이가 온몸을 지나갔다.

 

밤새 나를 지킨 어머니는

낫을 들고 부추밭에 가고

 

갈색 설탕물은 식은 지 하루.

열려둔 복분자는 마르고

 

황사 바람이

조금 푸른 사월과 왔다.

 

선녀들이 검은 치마저고리 입고

흙 마당을 돌며 춤을 추었다.

 

홍역과 어깨를 결었다.

봄의 이름으로 부디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