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덮어놓고 웃었다 / 채수옥
주선화
2022. 4. 25. 11:22
덮어놓고 웃었다
ㅡ채수옥
보도블록으로 덮인 길의 중간이 끊겼다 공사하다 남은 것들을 검은색 천막으로
덮어 놓고 통행금지 푯말을 세워 놓았다 무엇이 덮어 있는지 모른 채 덮어놓고
돌아갔다 덮어놓고 길을 걷고 덮어놓고 밥을 먹었다 덮어놓고 오열하고 덮어놓
고 섹스를 했다 너는 그것을 덮어놓고 믿었다 물어볼 용기가 없을 때 덮기로 했
다 덮어놓고 관광버스에 올라 덮인 사람들과 관광을 떠났다 문제가 발생하기 전
에 먼저 덮었다 시간을 덮어놓고 흘러가고 나는 덮어놓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
다 덮어놓고 저녁이 왔고 우리는 덮어놓고 이별을 했다 덮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을 때 덮어야 하는 것들은 더 많이 생겨났다 보도블럭을 덮었던 검은 천
막은 공중에서부터 땅까지 그 너머의 것들을 덮고 있었다 검은 천막은 점점 크
고 넓게 퍼져나갔다 우리는더 멀리 돌아가야 했다 검은색 우산들로 상체를 가린
사람들이 앞장서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