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조로아스터교식 화장 / 고주희
주선화
2022. 5. 15. 14:37
조로아스터교식 화장
ㅡ고주희
엄마, 나 사람을 죽였어 - 로 시작하는 노래를
도서관에서 들었지요 해 질 녘 아마도 중간고사 벼락치기
누가 내 사물함에 죽은 토끼를 넣었어요
사는 동안은 침범 없는 혼자였는데
사후엔 가죽바지 하나 지키지 못했어요
비건의 혀에선 마른 풀꽃향이 나는데
시인의 혀에선 무슨 향이 날까요
죽은 가수의 노래는 죽은 가수만 빼고 부르는데
누가 내 사물함에 죽은 토끼를 넣었어요
마이크가 필요했던 걸까요
딸기꽃 하얗게 진 자리에 온통
새빨간 당신이 들어앉아서
식료품 가게의 가지런한 케첩들처럼
앙코르를 청하고 있네요
접시에 놓인 수플레
말캉한 봄이 제멋대로 굴러다녀요.
타로를 보고 점사를 보고 종일
운명을 점치고 다녀도
발에 채는 재수 없음 혹은 재주 없음
고음불가 구역에서 고음을 내지 말아요
자비의 여신은 오늘 밤 집에 안 들어와
블라블리*
시작되자마자 망하는 생이 있다면
우선 토끼에게 사과해요
울게 해서 미안해, 라고 울면서 얘기해요
프레디 머큐리가 절규하는 밤
세상의 온갖 뜨거운 결말이 하나로
지금 막,
조로아스터교식 복수가 시작됐어요
*퀸(Qucen)의 <Radio Ga 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