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어머니 복음 1장 1절 / 구수영

주선화 2022. 5. 17. 10:21

어머니 복음 1장 1절

 

ㅡ구수영

 

 

장미꽃이 예쁘다고 

백합꽃이 예쁘다고 하지만

살아보니 알겠더라

겨우내 언 몸 흔들어

피워낸 유채꽃이

어느 봄날

둥네 벌이란 벌은 다 모으더라

살아보니

알게 되더라 꽃이 예쁘지만

더 예쁜건 푸성귀더라

 

어머니는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나는

마른 고추를 뒤집으며 중얼거렸다

 

속이 흔들리도록 재치기

해보고 나니

홍역보다 무서운 건 감기더라

기운이 술술 빠져나가며

기어코 몇차례

검은 열꽃이 피고 지면

해가 바뀌고

훌쩍 앞서 걷는 아이들

 

애면글면 살지 마라 축 난다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