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비무장지대 / 서연우

주선화 2022. 6. 2. 10:11

비무장지대

 

ㅡ서연우

 

 

백 년 전에도 오늘을 날았던 하루살이가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 안에서

비를 피하고 더위를 피하고

하루살이는 과거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분명한 것이 하나도 없는 은밀한 얼굴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신을 만나기만 하면 내 안에서

나도 모르게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살아본 적 없는 바이러스 속에는

하루하루를 집어삼키는 비대면 속에는

 

생각해보면 내가 내 입을 지운 하루살이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자유인 줄 몰랐습니다

날갯짓 멈춰버리면 곤두박질쳐버릴

 

하루살이가 한없이 날아서 만든 비무장지대인 줄 몰랐습니다

 

어쩌자고 잠도 안 자고 날고 있는

후렴으로 한없이

떨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