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나는 바닥부터 먼저 시작했다 / 김지율
주선화
2022. 6. 4. 08:41
나는 바닥부터 먼저 시작했다
ㅡ김지율
여전히 한쪽에서는 돌이 날아오고
한쪽에서는 긴 싸움이 이어졌다
사거리에는 높은 십자가가 있고
우리의 규칙이 누군가의 목적으로 바뀔 때
내가 사랑했던 모든 밤들을 시행착오라 해도
불길 뒤에서 헌옷 수거함까지
덕지덕지 붙은 포스트잇과
벽제 화장터로 가는 길에서
어떤 시간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다
인간으로부터 인간에게로
이미 지나온 곳에서
벽이 시작되는 어딘가에서
모두가 끝났다고 말할 때
그것은 다만 부족한 명분과 바깥의 기분
누군가를 마중 나가던 밤하늘의 별은 아름다웠고
더 크고 둥근 사과를 기적이라 했지만
나에게 던져진 필살의 쾌도는 소리 없이 명중했다
날아가는 화살은 또 누군가의 등에 꽂히겠지만
나는 문득 그 바다가 다시 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