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여름, 하(夏) / 성선경

주선화 2022. 6. 4. 08:55

여름, 하(夏)

 

ㅡ성선경

 

 

쥘부채도 하나 들고

등산복도 잘 차려 입고

초여름을 맞아 고운봉 오르는 길

나는 저 숲길이

인간세상 별천지로 하양 풍요로운데

저 산도 나를 그렇게 봐줄까?

오르다 문득 뒤돌아보니

맞은 편 학봉도 녹음에 짙어

자연의 그윽함이 한 아름

편안하기가 무슨 그림 같은데

등산화를 조여 매고 지팡이를 든

나도 저 산이 그렇게 봐줄까?

저 산의 짙푸름과

내 나이의 남루가 꼭 흑백사진 같아

닦아도 닦아도 땀은 비오는 듯

마음 비우겠다 나선 길에

가슴에 큰 산이 하나 들어앉는다

제기랄, 헐,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