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두 개의 현을 켜는 정오 / 정자경

주선화 2022. 6. 6. 14:01

두 개의 현을 켜는 정오

 

ㅡ정자경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린다

소리가 풍경을 분실하는 동안

빗방울은 빗소리 안으로 발자국을 숨긴다

 

핸들을 잡고 마포에서 서교로 돌아가는 사거리

메트로놈처럼 와이퍼가 소리의 난간을 찾아

지휘봉을 더듬는다

 

태엽이 풀린 고장 난 하늘

노란 신호등 무심히 보다 라디오 볼륨을 높이면

눈이 놓친 길을 귀가 따라가는 정오,

 

아무리 다가가도

한 치 다다를 수 없는 거리를

지속적으로 밀고 당기는

두 개의 손가락이 듣는 비

 

저만치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다시 풍경을 지운다

 

빗소리가 빗방울을 부르는

두 개의 현 사이로

비는 아직 그칠 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