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2022년 박재삼 문학상 수상작
주선화
2022. 6. 28. 13:57
예를 들어 무당거미
ㅡ복효근
무당이라니오
당치 않습니다
한 치 앞이 허공인데 뉘 운명을 내다보고 수리하겠습니까
안 보이는 것은 안 보이는 겁니다
보이는 것도 다가 아니고요
보이지 않는 것에 다들 걸려 넘어지는 걸 보면
분명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지요
그 덕분에 먹고 삽니다
뉘 목숨줄을 끊어다가 겨우 내 밥줄을 이어갑니다*
내가 잡아먹은 것들에 대한 조문의 방식으로 식단은 늘 전투식량처럼 간소합니다
용서를 해도 안 해도 상관없습니다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으니까요
작두라도 탈까요
겨우 줄타기나 합니다
하루살이 한 마리에도 똥줄이 탑니다
무당이라니오
하긴 예수도 예수이고 싶었을까요
신당도 없이 바람 막아줄 집도 정당도 없이
말장난 같은 이름에 갇힌 풍찬노숙의 생
무당 맞습니다
그래서 어쩌라고요
*신휘 시인의 (실직)의 한 구절 변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