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사과 / 이병국
주선화
2022. 7. 25. 09:40
사과
-이병국
사과는 둥글다
누군가 베어먹은 사과가
원형의 성질은 되돌릴 수 없다고 되뇌어도
사과는 둥글다
무난한 위치에서 갈변하는
누군가
발가벗겨진 채
널브러져 있다
아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과는 둥글고
거짓 앞에 무릎 꿇린 아침이
건강하게 있다
식사 중에 익사하는 사과
남는 것은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과가 아니다
부정의 형식으로 사과는 투명해진다
누군가 그곳으로 갔다
아무도 사과하지 않아 누구도 모르는 투명 속으로
사과의 자세로
허리가 굽어 둥근 자세로
둥글지 않은 사과를
베어 물고
곰이 되는 꿀사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