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축구 동호회 / 이영주
주선화
2022. 7. 27. 12:50
축구 동호회
-이영주
네 안의 풍경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너는 압력이 꽉 찬 텅 빈 공터.
어떻게 들어가야 할까. 물처럼 스며들려면 얼마나 납작해져야 할까. 한사람
이 나를 굴리고 있다. 나는 터질 듯이 팽팽한 공. 쓰레기 더미에서 굴리고 있
다. 한 사람이 나를. 공터 주변을 빙빙 돌면서 한 사람과 나는 점점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 공터는 스스로 자라는 진공관처럼 수치가 높아지는 곳. 네
안의 텅빈 진공이 울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옆으로 길게 뻗어나간다. 저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한 사람이 나를 옆 발로 차고 있다. 한 사람의 발차
기는 날렵하고 매끈하다. 이렇게 어지럽기만 하면 안되는데. 나는 빙빙 돌
면서 형형색색의 꽉 찬 풍경보다 더 나빠진다. 공기를 빼주세요. 나는 미친
공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진흙을 구르고 있다. 한 사람이 나에게 더운 공기
를 힘껏 불어넣고 있다. 벌어진 틈을 녹색 테이프로 바르고 슬픈 유기견처
럼 뒷발로 뻥뻥 찬다. 점점 더 멀어지는 저 병상 안으로 언제 들어갈 수 있
을까. 우수한 병의 목록이 조금씩 지워진다. 한 사람이 풍경 밖에서 울고
있다. 거대한 눈물로 이제 막 생성되려는 내 풍경을 지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