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손孫 / 서형국
주선화
2022. 8. 19. 11:10
손孫
-서형국
외딴 해변에 바람이 살던 집 있어
더듬어지는 모든 면을 거두었다
걸음이 없어 소리로 당도한 건축가들이 축조한 집
그 안에 들어 피어오르던 나는 연기로 흩어지곤 하였다
꺼질 듯하였고 날아갈 듯하였으나 가끔
형체 없는 축대 옆이나 툇마루 밑에서
발견되었으므로
존재는 바람으로 뜬 팽이 몇을 통해 전해졌겠다
본디 나에게 허공이 있었고
최선을 다하지 못한 울음이 있었으며
수없이 쌓다 허물은 늙은 여자가 있었기에
구름이었겠다
비였겠다
저 시퍼런 우물의 자식이었겠다
자를 수 없는 것들은
모조리 유년이고 온전한 나의 어머니
이것은 덜 아문 딱지를 떼어내듯 얼룩진 진실이라
나는 눈사람으로 떠날 환영일지도
이제
나를 이곳에 세워둔 일도 바람의
절박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