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식물합니다 / 김륭

주선화 2022. 8. 23. 11:46

식물합니다

 

-김륭

 

 

식물합시다, 이 말을 자전거에 태우고 달리면

변한다. 아파트에서 요양병원으로 주거지를 옮긴

엄마의 자서전에 그렇게 나온다.

 

식물은 꼬리 대신 머리를 흔든다.

 

입을 발밑으로 떨어뜨려 하늘이 내려오길

기다리는 자세, 가만히 누워만 있는

당신을 내려다보면 죽음을 추월해 한 번 더 사는

기분.

 

잘 팔리는 시집 제목에 목줄을 묶어 바람 쐬러

간다. 없는 애인이 따라나설 때도 있지만

아주 드문 일이다.

 

잘생긴 이팝나무 하나 골라 밤에게 이야기하듯

볼일을 보다가 문득 나를 데려오지 않았단 

생각을 할 때도 있다. 미쳤나 봐, 언제까지 머리를

꼬리처럼 흔들어야 되는 걸까.

 

잘 팔리는 시집 속에는 뿌리를 꼬리로 사용해

춤을 추는 부족들이 산다고 했다.

 

땅만 보고 걷다 보면 가까워지는 나무의 잠 , 속에서

끓어오르기 시작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당신과 집에 들어가면 화를 낼 것 같은 밤을 위해

작은 화분 하나를 샀다.

 

이제 울기만 하면 된다.

 

녹슨 자전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