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드는 시

가파도라는 섬 / 김밝음

주선화 2022. 8. 24. 10:18

가파도라는 섬

 

-김밝음

 

 

아무도 모르게 껴안은 마음일랑

가파도 되고 마라도 되지,

어쩌면 무작정 가고파일거라는 말

 

고개를 저어도 자꾸 선명해지는 너를 떠올리면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함께 달려와

까무룩해지는 장다리꽃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곤 하지

 

바람을 견디지 못한 이름들은 주저앉아버렸고

청보리는 저 혼자 또 한 계절을 출렁이고 있는데

 

어루만지다, 쓰다듬다 라는 말이

명치끝에서 덜컥 넘어지기도 하는데

곱씹을수록 까슬까슬해지는 얼굴도 있어

 

보고파, 라는 말을 허공에 띄우면 대답이라도 하듯

등 뒤에서 바짝 따라오는 파도의 손짓까지 

뜨겁게 업은 너

 

심장에 가까운 말* 한마디는 어디에 숨겨놓은 것일까

 

 

* 박소란 시인의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 제목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