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알라딘과 코가콜라의 요정 / 조인호

주선화 2022. 8. 26. 09:01

알라딘과 코가콜라의 요정

 

-조인호

 

 

어느 날 나는 알리딘 씨를 본 적이 있었다

 

불현듯 목이 말랐고 그럴 때, 시원한 코카콜라를 마셨다

움켜쥔 병을 살살 문지르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콜라의 요정들

재빨리 공기중으로 사라지기 전, 소원을 한 모금 마셔버린 후 코카콜라의 마지막 일 퍼센트,

그 비밀원료에 대하여 알아차린 날 세상은 바뀌었다

엉뚱하게도,

동물원을 탈출한 북극곰들이 편의점 앞 

파라솔 아래 앉아서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활짝 펼쳐진 신문 밖으로 접혀 있던 알라딘 씨가 터번 위에 묻은

모래알을 툭툭 털며 걸어나오다가,

북극곰에게 엉덩이를 덥썩 물리고

총탄 같은 이빨 자국을 털며 일어났지만

검정 선글라스를 쓴 사람들에게 붙잡혀

검정 차에 실린 채 도로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먼 아라비아 폭격당한 고향마을을 떠나온

알라딘 씨가 남긴 것이라곤,

내리막길 따라 또르르 굴러가는 아직 뜨거운 몇 알의 탄피들

유언처럼 가물가물 연기를 내뱉고 있었다

화약바람이 불고 가로수들이 떨궈내는 코카 잎,

매직아이처럼 빙글빙글 어지럽기만 한 세상은

알라딘 씨가 꿈꾼 신기루일까

지난날 알라딘 씨가 낙타를 묶어뒀던

오아시스 대추야자나무의 그늘 속 어두운 비밀 한 가닥을

잘룩한 허리 깊숙이 빨아들이던 

콜라병이 우뚝 서 있었을까

 

알라딘 씨가 그리운 오늘, 하늘을 올려다보면

제트양탄자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