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그 비린 것 한 토막 / 홍경나
주선화
2022. 11. 21. 11:55
그 비린 것 한 토막
-홍경나
비린 것 한 토막이 먹고 싶다 하셨네
할머니는 즐기던 녹두죽도 근 가웃 사태살
푹 고아 베밥수건 밭여 끓인 장국죽도
곱게 쌀알 갈아 훌훌하게 익힌 무리죽도 응
이도 기어이 넘기지 못했네
음식솜씨 짭질받던 그니는
뜬숯 피운 풍로에 새옹밥 짓고
적쇠 걸어 간갈치 한 토막 노랑노랑 구워내셨네
솔솔 김이 오르는 이밥 위에 얹어주던
그니는 잔가시 지느러미 살 발라 먹고
간지숟가락에 뜬 이밥 위에 실한 살점 골라 얹어주셨네
그니가 아, 하면 나는 따라 아, 입 벌려 받아 먹었네
제비둥지 제비새끼같이 받아먹었네
아시를 보고 생청붙이는 내게 빈젖을 물려주던 그니가
이제는 북천 바다 갯내 같은 비린내를 풍기는 그니가
물 만 밥에 비린 것 한 토막 얹어 먹고 싶다 하시네
나혼자 아, 입 벌려 받아먹던
그 비린 것 한 토막
*새옹밥 : 놋쇠로 만든 작은 솥에다 지은 밥
간지숟가락 : 곱고 두껍게 만든 숟가락
생청붙이는 : 억지스럽게 모손되는 말을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