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읽어 보는 시

겟패킹 / 임솔아

주선화 2022. 12. 8. 09:28

겟패킹

 

-임솔아

 

 

  우리는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괜찮지는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가 괜찮다는 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우

리는 나란히 서서 강을 바라보았다. 그냥 보기만 하는

돛단배가 강 한가운데에 떠 있었다. 정말 새까맣고 정말

아름다운 나비가 날고 있었다.

 

  우리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을 때

친구는 모두에게 캐리어 한 개씩을 나누어 주었다.

 

  게임을 하자고 했다. 규칙은 간단했다. 캐리어에 물건

들을 담아 캐리어를 닫으면 된다.

 

  모자를 담으면 오리발이 튀어나왔고 오리발을 뒤집어

넣으면 곰 인형의 엉덩이가 튀어나왔다. 가방을 싸는 동

안에는 가방을 싸는 일만 생각할 수 있어서 우리는 가방

을 싸고 또 가방을 쌌다. 이비사에 가기 위해 코란타에

가기 위해 보라보라에 가기 위해

 

  손님은 점점 줄어들었다. 종업원이 다가와 폐점시간을

알려주었다.

 

  한 사람을 남겨두고 우리는 돌아갔다. 잠깐 비가 왔다.

차창에 맺힌 물방울들이 부서지면서 점선이 되어갔다.

침묵을 깨고 누군가 말했다. 오늘은 우리가 함께 가방을

쌌다고. 여행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가방을 싸두었다고.